상위 10개가 전부 대형 매체인 검색어, 소상공인이 이길 자리는 따로 있습니다
대형 매체가 점령한 검색어를 정면으로 이기는 건 어렵습니다. 대신 그들이 구조적으로 못 쓰는 글이 있습니다. 한 정수기 렌탈 업체의 사례로 그 자리를 찾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상위 10개가 전부 대형 매체인 검색어에서 작은 업체가 이길 자리는 그 검색어 바깥에 있습니다. 같은 손님이 계약 직전에 치는, 더 구체적인 질문이 그 자리입니다. 작년에 만난 정수기 렌탈 대리점 사장님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상위 10개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
이분이 잡고 싶어 한 검색어는 "정수기 렌탈"이었습니다. 검색해 보면 상위 10개가 전부 본사 페이지, 가격 비교 플랫폼, 대형 커뮤니티였고요. 대리점 하나가 글을 아무리 잘 써도 그 줄에 끼어들 확률은 사실상 0이었습니다. 도메인 힘의 차이가 수백 배라서, 정면으로 붙어서는 이길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판단은 순위 도구가 아니라 검색 결과 화면으로 합니다. 상위 10개를 열어 각 줄이 어떤 종류의 사이트인지만 적어 보면 됩니다.
| 상위에 있는 곳 | 왜 그 자리에 있나 | 우리가 낄 자리인가 |
|---|---|---|
| 본사·제조사 페이지 | 브랜드 이름을 그대로 받습니다 | 정면 경쟁은 접습니다 |
| 가격 비교 플랫폼 | 목록형 페이지로 넓게 받습니다 | 여기도 마찬가지 |
| 대형 커뮤니티 | 사용자 글이 계속 쌓입니다 | 끼어들 틈이 좁습니다 |
| 오래된 답변·푸념 글 | 답이 부실한 채로 남아 있습니다 | 노려 볼 만한 자리 |
넷째 줄이 보이면 그 검색어에는 아직 제대로 된 답이 없다는 신호입니다.
손님이 실제로 묻는 문장은 어디서 나오나
그런데 상담 전화 녹음을 같이 들어 보니 이상한 게 있었습니다. 전화 건 손님들이 하는 질문이 "정수기 렌탈 얼마예요"가 아니었습니다.
"이사 가는데 정수기 이전 설치는 누가 해 주나요", "해지하면 위약금이 정확히 얼마 나오나요", "얼음 정수기는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던데 실제로 어느 정도인가요" 같은 것들입니다. 전부 검색창에 그대로 들어가는 문장들입니다.
받아 적는 방식도 결과를 바꿉니다. 세 가지만 지키면 됩니다.
- 통화가 끝나면 질문을 한 줄로 적어 둡니다
- 손님이 쓴 단어를 업계 용어로 고치지 않고 그대로 남깁니다
- 같은 질문이 두 번 이상 나오면 글감 목록으로 올립니다
두 번째가 특히 중요합니다. "이전 설치"를 "이설"로 바꿔 적는 순간, 손님이 검색창에 치지 않는 단어가 제목에 올라갑니다.
대형 매체가 구조적으로 못 쓰는 글은 무엇인가
그 질문들로 검색해 봤습니다. 상위에 뭐가 있었을까요. 본사 페이지는 없었습니다. 본사는 해지 위약금 계산법을 자세히 쓸 이유가 없으니까요. 오히려 감추고 싶은 쪽입니다. 가격 비교 플랫폼도 없었습니다. 그런 글은 계약으로 이어지는 버튼을 달기 어려우니까요. 있는 건 오래된 지식인 답변 몇 개와 커뮤니티 푸념 글 정도였습니다.
대형 매체가 구조적으로 못 쓰는 글이 있다는 뜻입니다. 본사는 불리해서 못 쓰고, 플랫폼은 돈이 안 돼서 안 쓰는 질문들. 그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사장님은 3개월 동안 그런 글을 12편 썼습니다. 위약금 계산 실제 사례, 이전 설치 때 벽 타공 문제, 모델별 실측 전기요금 같은 것들로요. "정수기 렌탈" 순위는 지금도 없습니다. 그런데 문의 전화의 절반쯤이 "위약금 글 보고 전화했어요"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검색량 수십짜리 질문들이 모여서, 검색량 수만짜리 키워드가 못 주던 전화를 준 겁니다.
다른 업종에 옮길 때 확인할 것은 무엇인가
이 사례에서 옮겨 갈 수 있는 건 세 가지입니다.
하나. 경쟁 검색어의 상위 10개를 열어 보고 누가 있는지부터 확인하세요. 전부 대형이면 그 검색어는 접는 게 맞습니다. 순위를 이겨도 문의가 안 오는 경우까지 생각하면 더욱요.
둘. 상담 전화가 키워드 도구입니다. 손님이 입으로 묻는 문장이 곧 검색창에 들어가는 문장입니다.
셋. 강자가 못 쓰는 글인지 검증하세요. "이 글을 본사가 쓸 수 있나? 쓰면 자기한테 불리한가?"라는 질문에 불리하다는 답이 나오면, 그 자리는 오래 비어 있을 자리입니다.
세 번째에서 걸러지는 글이 꽤 많습니다. 본사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내용이면, 지금 비어 있어도 언젠가 채워집니다. 그때 밀리지 않게 하는 건 실제 상담과 설치 현장에서 나온 구체적인 장면입니다.
물론 이 방법이 만능은 아닙니다. 애초에 상담 전화가 안 오는 신규 사업이라면 받아 적을 질문도 없고, 검색량 수십짜리 질문 12개가 모두 비어 있으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그래도 대형 매체와 정면으로 붙는 것보다는, 이길 수 있는 자리를 찾는 쪽이 3개월을 아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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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들께 가장 자주 받는 질문부터 다룹니다. 답이 갈리는 자리는 추측으로 넘기지 않고, 직접 확인한 만큼만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