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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분석카피를 쓰기 전에 설문지부터 보내는 회사가 있는 이유

카피를 쓰기 전에 설문지부터 보내는 회사가 있는 이유

홈페이지와 콘텐츠의 문구가 어느 업체나 비슷해지는 건 쓰는 사람이 그 업체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설문으로 사장님도 몰랐던 강점을 꺼낸 사례를 적었습니다.

김경화 2012년부터 검색 마케팅 · 발행 2026-09-15
읽는 시간 5분참고 자료 1건FAQ 2문항
사례 분석 · 설문 문항이 먼저 오는 작업 순서를 나타낸 대표 이미지사례 분석카피를 쓰기 전에설문지부터
질문이 먼저, 문구는 그다음

배관 설비 업체 사장님이 대행사에서 받은 홈페이지 시안을 들고 와서 물은 적이 있습니다. "이거 어때요?" 첫 화면 문구는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배관 전문 기업"입니다. 어떻다고 답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문구는 어느 배관 업체에 붙여도 그대로 말이 됩니다.

이게 카피의 흔한 실패인데, 원인은 글솜씨가 아닙니다. 쓰는 사람이 그 업체를 모르는 것입니다. 업체를 모르면 어느 업체에나 맞는 말을 쓸 수밖에 없고, 어디에나 맞는 말은 아무 데도 못 팝니다. 백 편을 쓰고 문의가 없던 블로그의 제목들이 전부 판박이였던 것과 같은 뿌리입니다.

어느 업체에나 붙는 문구는 왜 나오나

작업 순서를 보면 답이 보입니다. 업종 이름과 상호를 받고, 경쟁사 홈페이지 몇 곳을 훑고, 바로 문장을 씁니다. 이 순서에서 쓰는 사람이 가진 재료는 업종 지식뿐이라, 나오는 문장도 업종 전체에 해당하는 말이 됩니다. 취재 없이 쓴 소개글이 다 비슷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받은 시안이 그런 상태인지 판별하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문구를 조금씩 바꿔치기해 보고, 그래도 말이 되는지만 보면 됩니다.

바꿔 보는 방법 그래도 말이 될 때의 뜻
상호를 경쟁 업체 이름으로 바꾸기 이 업체만의 문구가 아닙니다
업종을 다른 업종으로 바꾸기 업종 설명조차 되지 못합니다
지역명을 다른 지역으로 바꾸기 지역 근거가 없다는 표시입니다
숫자와 기준을 지워 보기 남는 문장이 없으면 빈 문구입니다
손님에게 소리 내어 읽어 주기 되묻는 질문이 없으면 안 들린 겁니다

5줄 중 3~4줄에 걸리는 시안이 흔합니다. 구글이 콘텐츠를 두고 말하는 기준도 결국 같은 방향입니다. 사람을 위한 콘텐츠 문서에는 이 페이지를 본 사람이 원하는 답을 얻고 돌아가는지 스스로 물으라는 항목이 있는데,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문장은 그 질문에 답할 재료가 없습니다.

설문지가 먼저 오는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반대쪽 사례를 하나 보겠습니다. 같은 처지였던 한 방수 업체가 다른 방식의 작업을 받았습니다(작업을 맡은 SEO소프트 쪽에 문의해 설문 양식과 진행 기록을 받아 봤습니다). 카피 작업 전에 수십 문항짜리 설문지가 먼저 왔다고 합니다. 어떤 현장이 제일 기억에 남는지, 견적에서 자주 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손님이 계약 후에 제일 고마워한 게 뭔지.

문항의 성격이 회사 소개서와 정반대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소개서는 잘하는 것을 묻고, 이 설문은 진 경기와 실패한 현장을 묻습니다. 답하기 불편한 쪽에 그 업체만의 사실이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잘한 일은 어느 업체나 비슷하게 적지만, 어디서 어떻게 졌는지는 업체마다 다릅니다.

받은 답을 그대로 문구로 옮기지도 않습니다. 답을 모아 놓고 다시 거르는 단계가 있는데, 기준은 세 가지였습니다. 남들은 건너뛰는 일인가, 손님에게 확인시켜 줄 수 있는 일인가, 손님의 손해와 이어지는 일인가. 셋을 다 통과한 답만 첫 화면으로 올라갑니다.

사장님이 당연하게 여기던 것은 어떻게 카피가 되나

사장님이 설문을 채우다 스스로 발견한 게 있었습니다. 자기네 재시공 비율이 유난히 낮은 이유. 방수 전에 바탕면 함수율을 계측기로 재고, 기준치가 넘으면 일정을 미루더라도 시공을 안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장님에게는 "당연히 하는 일"이라 홈페이지에 쓸 생각조차 못 했던 것이 사실은 그 업체의 카피 전부였던 겁니다. 이후 문구는 "고객 만족 최우선"에서 "함수율 기준 미달이면 시공하지 않습니다"로 바뀌었고, 상담의 질문도 달라졌다고 합니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일일수록 밖에서는 안 보입니다. 매일 하는 절차라 설명할 생각을 안 하고, 설명하지 않으니 손님은 그 절차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견적서 두 장이 나란히 놓였을 때 손님이 가격만 보고 고르는 상황은 대개 여기서 만들어집니다.

그쪽에서는 이 절차를 비즈니스스쿨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름이야 어디든 다르게 붙일 테고, 요점은 순서입니다. 설문으로 업체 기획을 먼저 잡고, 그 기획에서 카피와 콘텐츠 로드맵이 나오는 것. 공장식으로 찍는 쪽보다 느릴 수밖에 없는데, 꺼낼 것이 있는 업체에서 그걸 꺼내는 데는 질문을 던지는 순서 말고 지름길이 없습니다.

대행을 안 쓴다면 무엇부터 물어야 하나

직접 쓰는 경우에도 순서는 같습니다. 문장을 다듬기 전에 자기한테 질문부터 던지면 됩니다. 다음 다섯 개면 대개 재료가 나옵니다.

답이 나왔다면 손님이 쓰는 말로 옮기는 절차가 하나 더 남습니다. 업계 용어로 적힌 답은 검색창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같은 뜻을 두 가지로 부를 수 있을 때는 검색어 트렌드에 두 표현을 나란히 넣어 어느 쪽이 실제로 쓰이는 말인지 확인합니다. 이미 사이트가 있다면 실적 보고서의 검색어 목록부터 읽는 편이 빠릅니다. 손님의 말이 그대로 남아 있는 자리입니다.

다만 설문 한 장이 없던 강점을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현장에서 남들과 똑같이 일해 왔다면 어떤 문항을 채워도 답은 비슷하게 나옵니다. 그때 필요한 건 카피가 아니라 절차를 하나 바꾸는 일입니다.

대행을 쓰든 직접 쓰든 가져갈 것은 하나입니다. 카피가 안 나온다면 문장을 더 다듬을 게 아니라 질문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하는 일 중에 남들은 안 하는 게 뭔가." 그 답이 곧 남이 못 쓰는 글이고, 어디에도 안 붙는 우리만의 문구입니다.

김경화
2012년부터 검색 마케팅

사장님들께 가장 자주 받는 질문부터 다룹니다. 답이 갈리는 자리는 추측으로 넘기지 않고, 직접 확인한 만큼만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