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 세 번 바꾼 사장님의 계약서 (이번에 넣은 조항)
마케팅 대행사를 세 번 갈아탄 학원 원장님이 네 번째 계약서에 직접 넣은 조항들이 있습니다. 세 번의 수업료가 만든 문장들을 사례로 정리했습니다.
보습학원을 하는 원장님이 있습니다. 4년 동안 마케팅 대행사를 세 번 바꿨고, 이번에 네 번째 계약을 했습니다.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이번 계약서에는 원장님이 직접 요구해서 넣은 조항이 몇 줄 있다는 겁니다. 한 줄 한 줄이 앞의 세 번에서 배운 것들입니다.
계정은 누구 이름으로 만드나요
"계정 소유권은 광고주에게 있다." 첫 번째 대행사와 헤어질 때 배웠습니다. 블로그도, 서치콘솔도, 광고 계정도 전부 대행사 명의로 만들어져 있어서, 계약이 끝나자 2년 치 데이터와 글이 통째로 남의 것이 됐습니다. 돈을 낸 쪽이 아니라 만든 쪽에 계정이 남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지금 계약서에는 모든 계정을 원장님 명의로 만들고 대행사는 권한만 받는다고 적혀 있습니다.
계정 소유권이란 그 계정을 지울 수도, 남에게 권한을 줄 수도 있는 자리를 말합니다. 권한을 받은 사람은 일은 할 수 있어도 계정을 들고 나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확인할 것은 명의 자체가 아니라 소유자 목록입니다. 서치콘솔과 네이버 서치어드바이저는 소유자와 권한 사용자가 화면에 그대로 나오니, 계약 첫 달에 그 화면을 열어 본인 계정이 소유자 자리에 있는지 보면 끝납니다.
보고서에서 무엇을 확인하나요
"월 보고서에는 서치콘솔 원본 화면을 첨부한다." 두 번째 대행사에서 배웠습니다. 매달 오는 보고서가 그럴듯했는데, 나중에 보니 좋아 보이는 지표만 골라 담은 것이었습니다. 유입이 늘었다는 달에 실제로는 문의가 줄고 있었고요. 가공된 요약이 아니라 원본 숫자를 검증하는 눈이 필요하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원본 화면 첨부를 조항에 넣으면 다툴 일이 줄어드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어느 화면의 어느 기간을 캡처했는지가 그림에 함께 찍히기 때문입니다. 기간이 매달 들쭉날쭉하거나, 캡처가 아니라 옮겨 적은 표만 오는 달이 생기면 그때 물어보면 됩니다.
헤어질 때 글은 누가 갖나요
"콘텐츠 저작권은 대금 지급과 동시에 이전된다." 역시 두 번째에서요. 계약 해지 후 블로그 글을 옮기려 하자 자기들 저작물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 조항에서 갈리는 지점은 이전 시점입니다. 계약 종료 시 이전으로 적으면 종료 자체가 협상 카드가 되고, 대금 지급과 동시로 적으면 매달 정산이 끝나는 순간 그달의 글이 광고주 것이 됩니다. 사진과 도면처럼 외주로 만든 자료가 섞여 있다면 그 자료의 사용 범위도 같은 줄에 적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이전이 실제로 됐는지는 글 목록과 정산 내역을 나란히 놓아 보면 드러납니다. 대금을 치른 달에 올라간 글이 목록에 다 들어 있는지, 대행사 계정에만 남아 있는 원고가 있는지를 보는 겁니다.
순위 보장은 왜 조항에서 뺐나요
"순위 보장 문구는 계약서에 넣지 않는다." 세 번째 대행사에서 배웠습니다. "3개월 내 1페이지 보장"이라는 말에 계약했는데, 보장의 대상이 아무도 안 치는 검색어였습니다. 손님이 쓰지 않는 말을 목표로 잡아 둔 겁니다. 보장은 지켜졌고 문의는 없었습니다. 순위는 보장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보장을 내거는 쪽은 대개 지킬 수 있는 검색어를 고를 뿐이라는 것. 이게 세 번째 수업료였습니다.
그렇다면 보장을 빼고 무엇을 적을 것인가가 남는 질문입니다. 원장님이 택한 방식은 결과 대신 과정을 적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검색어를 목표로 삼는지, 그 검색어를 누가 고르는지, 목표가 바뀌면 언제 알리는지. 순위를 약속하는 문장보다 검색어 목록을 함께 정하는 문장이 나중에 확인하기 쉽습니다.
네 번째 계약에서 달라진 것
네 번째 대행사는 이 조항들을 다 받아들였습니다. 원장님 말로는, 조항을 보여줬을 때 표정이 바뀌지 않는 곳을 고른 게 이번 선정 기준이었다고 합니다. 떳떳한 곳에게 이 조항들은 어차피 하던 대로 하는 것이고, 불편해하는 곳은 그 불편함이 곧 답이니까요.
네 조항을 한자리에 모으면 이렇게 정리됩니다.
| 계약이 끝날 때 생긴 일 | 그때 필요했던 조항 | 계약 중에 확인하는 자리 |
|---|---|---|
| 데이터와 글이 남의 것이 됨 | 계정 소유권은 광고주에게 | 서치콘솔 소유자 목록 |
| 보고서와 실제 숫자가 다름 | 원본 화면을 보고서에 첨부 | 매달 오는 캡처의 기간 표시 |
| 쓰던 글을 옮기지 못함 | 대금 지급과 동시에 저작권 이전 | 정산 내역과 글 목록 대조 |
| 보장은 지켜졌는데 문의가 없음 | 순위 보장 문구를 넣지 않음 | 목표 검색어 목록의 합의 여부 |
계약 전에 무엇을 물어보나요
계약 전 미팅에서 던져 볼 질문도 세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답의 내용보다 답이 나오는 속도를 보면 됩니다.
| 물어볼 말 | 준비된 곳의 답 | 미루는 곳의 답 |
|---|---|---|
| 계정은 누구 명의로 만드나요 | 광고주 명의로 만들고 권한을 받습니다 | 저희 쪽 계정이 편합니다 |
| 보고서에 원본 화면이 들어가나요 | 기간까지 그대로 넣어 드립니다 | 요약본이 보기 좋습니다 |
| 어떤 검색어를 목표로 잡나요 | 후보를 같이 고르자고 답합니다 | 계약 후에 정하자고 답합니다 |
다만 조항이 성과를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잘 쓴 계약서는 나빠졌을 때 손실을 줄이는 장치이지, 유입이나 문의를 늘리는 장치가 아닙니다. 네 조항을 다 넣고도 대행사가 일을 못 하면 결과는 같고, 그래서 조항은 선정의 마지막 관문이 아니라 최소 조건에 가깝습니다.
계약서는 관계가 나빠졌을 때만 꺼내는 문서라고들 합니다. 반대로 보면, 나빠졌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계약 전에 물어보는 문서이기도 합니다. 계정은 누구 것인지, 숫자는 무엇으로 확인하는지, 헤어질 때 글은 누가 갖는지. 이 세 가지 답이 계약서에 없다면, 그 답을 네 번째 계약에서 배우게 됩니다.
사장님들께 가장 자주 받는 질문부터 다룹니다. 답이 갈리는 자리는 추측으로 넘기지 않고, 직접 확인한 만큼만 적습니다.